조선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 중 하나입니다. 지난 수 년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불황을 맞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늘어난 국제 교역과 더불어 호황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아요.
그런데 조선업이 호황에 들어선 것과는 반대로, 정작 조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국내 최대의 조선업체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이대로 살 수 없다’ 라며 51일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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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작년 7월 파업 당시, 철창 속에서 농성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유최안 씨.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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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대우조선이 불황을 핑계로 계속 임금을 삭감해 왔고, 호황을 맞았음에도 삭감된 임금을 복구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파업 과정에서 수십 년째 조선소에서 일해온 노동자들이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또 파업을 통해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에 일삼는 ‘갑질’ 역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원청인 대우조선은 하청업체에 터무니없이 적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 왔고, 따라서 하청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역시 최저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대우조선의 갑질에 고통받는 것은 하청 노동자들뿐이 아닙니다. 하청업체 대표들 역시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에요. 원청의 노예처럼 일하면서 수 년을 버틴 끝에, 수십억 대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대우조선의 악랄한 ‘갑질’ 영업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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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근속 후 하청업체 대표로… 남은 건 빚 30억 뿐 😰
지금부터 40년 전인 1983년, 대우조선해양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던 박건호 씨. 신입사원에서 부장까지 29년간 대우조선에서 일했던 박 씨는 어느 날 회사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됩니다. 곧 폐업하는 하청업체 하나를 인수하지 않겠냐는 제안이었죠.
대우조선에서 전기 설치 공정을 관리했던 박 씨는, 같은 업종의 업체를 운영하는 데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박 씨는 곧 300명 규모의 하청업체 대표가 됐어요. 그러나 1년이 지났을 때 박 씨의 자신감은 서서히 절망으로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원청(대우조선)이 지급하는 하도급 대금이었습니다. 처음 1년간은 회사를 운영하기에 충분한 돈이 지급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청이 지급하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어져 갔습니다. 각종 세금은 물론이고 노동자들에게 임금도 줄 수 없을 정도였죠.😥
수십 년 일해서 받은 퇴직금을 모두 쏟아부어도 회사를 운영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 2개월을 버틴 끝에 박 씨는 결국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박 씨에게 남은 것은 신용불량자라는 낙인과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빚 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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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대우조선해양에 29년간 근속한 뒤 하청업체 대표를 맡았던 박건호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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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호 씨는 많은 하청업체들이 이렇게 빚더미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터무니없이 적은 하도급 대금 탓에 빚은 점점 늘어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에는 이자만 갚으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오면, 그 빚은 고스란히 하청업체 대표와 노동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됩니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대우조선에서 폐업한 하청업체는 총 206개에 달합니다. 해마다 20개 이상의 하청업체가 사라진 셈이죠. 이들 업체가 4대 보험, 퇴직금 체납 등으로 누적한 부채는 335억 원, 체불 임금도 125억 원에 달합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실업자가 되었다는 뜻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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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의 ‘제멋대로’ 하청업체 평가 기준 🤔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대우조선은 국내 최대의 조선회사 중 하나입니다. 이런 회사의 하청업체가 1년에 수십 개씩 문을 닫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죠.🤔
문제는 원청인 대우조선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대우조선은 직원 1인당 평균 임금 단가에 작업 시간을 곱해서 하도급 대금을 산정하는데, 이 때 작업 시간은 원청이 평가한 ‘능률’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10시간동안 일을 했는데 능률이 50%였다고 평가받는다면, 5시간치 임금밖에 못 받는 식이에요.😰 간단한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 A업체 : 평균 단가 10,000원 * 작업 시간 10시간 * 능률 30% = 30,000원
- B업체 : 평균 단가 10,000원 * 작업 시간 5시간 * 능률 100% = 50,000원
위 예시에서 A업체의 경우 B업체보다 5시간 더 많이 일했는데도 정작 받는 돈은 더 적습니다. B업체에 비해 능률이 30% 수준이라고 평가받았기 때문이죠. 극단적으로 말해서 능률이 0%라고 평가한다면 대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아도 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능률을 평가하는 기준이 완전히 제멋대로라는 점이에요. 많은 하청업체 대표들은 원청인 대우조선이 마음대로 능률을 평가하는 탓에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조금이라도 원청의 심기를 건드리면 능률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명절 근무 등 무리한 업무 지시도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청 직원들을 상대로 접대나 리베이트(대금 일부를 원청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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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줄 돈은 없어도, 거대 로펌 선임할 돈은 있다?😡
그럼 이런 불공평한 구조를 바꿔보려는 노력은 없었을까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총 23명의 하청업체 대표들이 대우조선의 갑질을 고발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어요.
신고를 받은 공정위는 곧 대우조선의 갑질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대우조선이 의도적으로 하도급 대금을 삭감하고, 하청업체들에게 갑질을 일삼은 증거들을 대량으로 확보했어요. 그 중에는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대우조선이 증거 인멸을 시도한 흔적도 있었습니다. 대우조선 역시 스스로의 위법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죠.😡
결국 공정위는 2018년 대우조선에 1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불법 하도급을 시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 업체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어요. 대우조선이 거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해 소송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하청업체가 문을 닫았고, 신용불량자가 된 하청업체 대표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은 막대한 선임료를 써가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어요. 한 전직 하청업체 대표는 “(대우조선이)로펌을 살 돈만 우리에게 줬어도 하도급 대금을 주고도 남는다” 라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또 공정위는 행정 명령과 별개로, 2019년 대우조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시작한지 6개월만에 대우조선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어요. 대우조선이 일방적으로 하도급 대금을 삭감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런 검찰의 수사 결과를 놓고 ‘사실상 대우조선에 면죄부를 준 것’ 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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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의 ‘불공정과 비상식’... 정부의 책임은?🤔
대우조선이 이처럼 방만하게 운영되는 데에는 정부의 책임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우조선은 투자 실패와 분식회계 등으로 수 차례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정부는 그 때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을 위기해서 구출해 줬습니다.
따라서 정부 역시 대우조선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불공평한 하도급 관계를 개선하도록 감시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미 드러난 대우조선의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기는커녕, 조선업 상생협의체라는 기구를 만들어 간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그쳤습니다. 작년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불법’ 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죠.🤔
또 이렇게 꾸려진 상생협의체 역시 당사자인 하청 노동조합이 제외된데다, 원하청 사이의 불공정 관계가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이렇듯 대우조선의 ‘불공정’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과연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공정과 상식’에 걸맞는 모습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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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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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10년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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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출간했습니다. 아직 신청하지 못하신 회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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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 계신 회원님들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기 원합니다. 그래서 4월 <회원초청시사회>는 거제도에서 진행했습니다.
홍여진 기자가 취재한 "하청업체를 노예로 만든 대우조선해양의 '영업 비밀'"을 함께 시청하고, 담당 기자와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사 주인공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분들도 함께 초대했는데요. 거제도, 그리고 통영시와 고성군에서 뉴스타파를 후원하는 회원님과 더불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분들이 함께 만나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래는 한 회원님의 후기입니다.
“오늘 저녁 대우조선해양의 건너편 작은 건물에서 진행한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통영고성회원에게도 특별히 초대해 주신 덕분에 누린 혜택이었습니다. 뉴스타파 낯익은 기자님들 뵈니 좋았으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대표들의 고단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면서 세상에 만연한 "무기력의 양상"과 "비양심의 제도"라는 기분을 안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고, 마음 또한 무거웠습니다. ㅜㅜ 그러나, 뉴스타파 화이팅!"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시사회를 할지는 예정되어 있지 않지만, 매월 마지막 목요일 <회원초청시사회>를 통해 회원님과 만남의 자리를 갖습니다. 행사 일주일 전, 참여 신청서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편하게 오셔서 직접 얼굴 보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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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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