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검찰 예산 정보 공개’ 소송의 2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 결과는 ‘민감한 개인정보와 수사 정보를 제외하고 검찰의 예산 자료를 전부 공개하라’. 소송을 제기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측의 사실상 완전한 승소였어요.👏
그동안 뉴스타파의 기사를 꾸준히 봐오신 분이라면 아마 이 승소 소식이 낯설지 않을 거예요. 사실 지난 1월에도 같은 소송의 1심 재판에서 승소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1심 판결이 나온지 보름만에 법원에 항소장을 냈고, 그로부터 약 1년만에 2심 판결이 다시 나오게 된 것이죠.🤔
이 기나긴 소송의 역사(?)는 지난 2019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3곳이 함께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검찰 예산 공개 소송의 과정,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검찰만 알고 아무도 모르는 ‘특활비’의 비밀🤔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인데요. 그렇다면 공공기관이 가진 정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예산 정보를 떠올리실 겁니다. 공공기관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만큼, 그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국민들도 안심하고 세금을 낼 수 있겠죠.
그런데 수많은 공공기관 중 유독 예산 정보를 쉽게 공개하지 않는 곳이 있어요. 바로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검찰입니다. 특히 검찰이 매년 쓰는 예산 중에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라는 항목이 있는데요. 이 특활비는 대략적인 규모만 알려졌을 뿐 그 세부 집행 내역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어요.🤔
특활비는 원래 그 이름처럼 기밀정보 수집, 비밀 수사 등 ‘특수한’ 활동을 위해 존재하는 예산입니다. 문제는 이 특활비를 사실상 검찰의 쌈짓돈처럼 쓰다가 적발된 사례가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다는 거예요. 일반 회사에서도 자기 마음대로 공금을 쓰면 처벌을 받곤 하는데, 법의 수호자인 검찰이 국민의 세금을 마음대로 썼다는 것은 아주 중대한 문제입니다.🤨
3년간의 재판… 검찰의 거짓말과 시간끌기 전략😰
2020년 기준 검찰 특활비의 규모는 약 94억 원으로 파악됐어요. 즉 검찰이 매년 약 100억 원 가량의 국민 세금을 쓰고 있는데, 그 돈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썼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3년 전인 2019년 10월, 뉴스타파 자문위원이자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가 검찰에 예산 정보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검찰은 ‘직무 수행을 곤란하게 한다’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어요.😨
그리고 다음 달인 11월 뉴스타파는 시민단체 3곳(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과 함께 검찰 예산 정보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지난 3년에 걸친 검찰과의 소송전이 시작된 거예요.😅
소송 이후 수차례에 걸친 재판에서도 검찰은 계속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어요. 처음에는 ‘특활비 관련 정보가 아예 없다’ 라고 주장했다가, 나중에는 ‘자료가 너무 많아서 제출하기 힘들다’ 라고 주장하는 등 스스로의 말을 뒤집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검찰총장이 공석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미루기도 했어요.🤔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 역시 검찰이 특활비 등 예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만약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는다면, 특활비 등 검찰 예산의 오·남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처음으로 열리게 되는 셈이죠.😎
검찰 특활비 검증 = ‘검사 윤석열’ 검증
이 소송에서 검찰이 특활비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기간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약 3년간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와 겹쳐 있어요.🤔
▲ 검찰 예산 공개 기간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시기와 겹칩니다.
검찰 특활비는 일반적인 공금과 집행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보통 회사에서 공금을 쓸 때는 법인카드로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제출하죠. 그런데 검찰 특활비는 검찰총장이 직접 서울지검 등 각 검찰청에 현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특활비를 수령한 쪽에서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증빙서류를 작성해 보관한다고 해요.
따라서 이번 검찰 특활비 공개 소송은 윤석열 대통령 검증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윤 대통령이 바로 이 시기 특활비 예산을 집행하거나 지급한 주체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이 시기 검찰 특활비가 엉뚱한 곳에 쓰인 증거가 발견된다면, 당시 검찰 최고위직에 있었던 윤 대통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 시절 과연 어떤 수사팀에게 얼마나 집행했는지에 따라 윤석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판단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
요즘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검찰공화국’입니다. 사상 최초로 검찰 출신 대통령이 당선된데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된 이후로도 검찰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검찰은 물론, 그 어떤 공공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검찰 역시 국민의 철저한 감시를 받아야 하는 수많은 기관 중 하나일 뿐이에요. 하지만 지금 검찰은 국민의 세금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썼는지 공개하지도 않고,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과 시간 끌기를 일삼고 있습니다. 과연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에서 ‘국민을 위한 검찰’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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