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PD  입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구독자 여러분께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해 볼게요.
우리가 보고 듣는 북한 소식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리 국민은
사실상 직접 북한 주민들을 만날 수 없으니, 미국·일본 등 외국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럼에도 북한 관련 보도는 우리나라의
안보, 외교,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꼼꼼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내 언론이 보도한 북한 관련 소식을 살펴보면, 제대로 검증을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보도가 많았어요.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 #김일성
사망 오보 사건’ 인데요. 그 외에도 ‘김정일 사망설’‘김정은 식물인간설’ 등 북한 관련 보도가 뒤늦게 오보로 밝혀진 사례는 많습니다.
이렇게 오보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외국 매체의 기사 등을 그대로 ‘받아
쓰는’ 보도 방식이 마치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국내 언론의 보도 관행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1년간 국내에서 보도된 북한 관련 기사 8만 건을 전수 조사해서, 이러한 국내 언론의 보도 관행이 일으키는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
|
‘미국의 심리전을 대신해주는’ 한국 언론
먼저, 국내 언론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외국 매체는 어디일까요? 북한 매체(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를 제외하면, 미국 정부 기관 산하 매체인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약 1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어요.
그런데 이 두 매체 중 미국의소리는 2차 세계대전과 냉전 당시 적국을 상대로 선전
방송을 내보내던 곳이에요. 또 한국전쟁 당시 대북 심리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매체를 국내 언론들이 인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실제로 미국의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을 인용한 국내 기사를 살펴보면, 약 66%의 기사가 북한의 경제, 군사, 의료 정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어요. 또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기사가 약 17%였고, 중립·단순 보도는 약 15%에 그쳤습니다.
|
|
▲미국의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을 인용한 국내 보도의 주요 내용을 분석한
그래프.
|
|
즉 국내 언론은 중립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주로 북한을 비판하기 위해 미국 매체를
인용하고 있는 것이죠. 또 이런 기사의 ‘소스’인 미국 매체 역시, 북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에요.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언론이 미국의 심리전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 이라는
말로 국내 언론의 미국 매체 인용 실태를 진단했습니다.
|
|
일본·미국 극우 인사들이 ‘북한 전문가’?
또 국내 언론은 일본·미국의 극우 성향 인물들을 ‘북한 전문가’라며 인용하는 일도 많아요. 이들 극우 인사들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극단적인 내용의
‘가짜 뉴스’를 마치 사실처럼 퍼뜨리곤 하는데요.  문제는 국내
언론들이 이들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거나, ‘전문가’의 의견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 4월, 일본의 극우 성향 인물인 곤도 다이스케는 일본의 한 주간지에 ‘김정은 식물인간설’을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어요. YTN, 뉴스1, 뉴시스 등 국내 언론사도 이 기사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 ‘식물인간설’은 거짓으로 밝혀졌어요. 
문제는 이렇게 거짓 주장을 펼친 인물이 이후에도 국내 언론에 인용되었다는 점이에요. 곤도 다이스케는 이후에도 ‘김정은 암살 시도설’ 등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펼쳤는데, 이런 주장 역시 국내 언론에 의해 기사화되었습니다. 
또 미국의 극우 인사인 고든 창은 평소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화와 자유화의 움직임을
되돌리려고 한다”, “한국을 수호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 라는 주장을 해 온 인물인데요. 지난 4월 미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교과서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뺐다” 라는 거짓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은 이런 인물을 ‘미국 내 북한 전문가’ 라고 소개하며, #대북전단금지법 등 첨예한 주제에 대해 그의 주장을
마치 객관적인 의견인 것처럼 인용하곤 했어요.
|
|
▲일본과 미국의 극우 성향 인물인 곤도 다이스케(좌)와 고든
창(우).
|
|
앞서 말했듯이 국내 언론은 북한 관련 기사를 보도할 때 외국 매체의 기사 등을 ‘받아 쓰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어요. 이런 관행은 전체적인 보도
방향이 특정 집단의 이익에 좌우되거나, 아예 사실과 다른 정보를 기사화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북한 관련 뉴스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는
만큼, 국내 언론 역시 지금보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실 검증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 뉴스 해부> 프로젝트
를 진행하고 있는 강혜인 기자의 한마디로 오늘의 타파스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
국내에서 생산되는 북한 관련 뉴스가 신뢰도가 낮고 오보가 잦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됐습니다. 대형 오보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지적도 되고, 언론계 내부의 자정 목소리도 나오긴 하지만 북한 관련 공론장의 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은 채 오랜 시간이 흘러온 것 같습니다. 이런 보도 관행은 한반도의 안보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할텐데, 과연 우리가 보는 북한 관련 뉴스는 누가 만들어내고, 우리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의문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독자분들에게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뉴스 출처 검증 보도를 시작한 거죠.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은 했는데, 막상 데이터, 즉 북한 관련 기사들을 보다보니 한국 언론의 북한 기사 생산 관행에 대한 문제점까지 많이 느끼게 됐습니다. 한반도의 특수성부터, 속보 경쟁, 경마식 저널리즘, 받아쓰기 관행까지... 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는 저희의 일을 하면 되겠죠! 앞으로도 문제적인 출처가 있다면, 또 특정 출처와 관련해 독자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보도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꾸벅)
|
|
북한 뉴스의 출처를 검증하기 위해 8만 건의 기사를 분석한
강혜인 기자의 취재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하세요 
|
|
똑똑해지는
키워드 한 입
#김일성 사망 오보 사건
-
1986년 11월 17일, 조선일보가
<김일성 총 맞아 피살>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어요. 이 기사를 본 대부분의 국민들이 김일성의 사망을 사실로 믿었죠.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1월
18일, 죽었다던 김일성이 평양 공항에 멀쩡히 나타나면서 이 기사는 조선일보의 ‘역대급
오보’로 밝혀집니다.
-
나중에 알고 보니, 조선일보는 일본 소식통을 통해서 ‘김일성이 피살된 것 같다’ 라는 소문을 입수한 것으로 밝혀졌어요. 그런데 이 소문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김일성이 피살됐다’ 라는 기사를 낸 것이죠.
#대북전단금지법
-
북한에 인접한 지역에서 북한 정권이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에요. 2020년 말 국회에서 통과되어 2021년 3월
30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
이 법의 제정을 두고 정부 여당과 야당, 북한인권단체 등이 심각하게 대립했는데요. 정부 여당은 무분별한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을 자극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어요. 반면 야당과 북한인권단체 등은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한다며 맞섰습니다.
|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입에 쏙! |
|
국내 언론이 보도하는 ‘북한 뉴스’의 문제점을 다룬 오늘 소식, 어떠셨나요?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사회 곳곳을 감시할 수 있도록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
이런 기사도
있어요 |
|
이번 주 뉴스타파 소식
|
|
‘김중배 선언’ 30년…난파선의 탑승자인가 구경꾼인가
“오늘 사회자가 김중배 선언 30년 이야기를 했는데, 30년 선언이 무색해 버렸잖아요.
오히려 선언했으면 나아지는 측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하고는 비교도 안 됩니다. 자본의 지배는 이제 타율적이 아니라 자발적 복종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김중배 선언 30년’을 나흘 앞둔 9월 2일, 뉴스타파함께재단은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비 지원 전달식을 열렸습니다. 재단뉴스 자세히 보기
공간의 상징과 재탄생...캠프 그리브스와 초토화 폭격
뉴스타파필름’이 제작한 4K 다큐멘터리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3부작을 경기도
파주시 미군 반환기지, ‘캠프 그리브스’에서 특별 상영합니다. 역사적 공간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 성찰이며, 한 사회가
더 성숙한 단계로 나가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은 앞으로도 상업적 목적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습니다 재단뉴스 자세히 보기
|
|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  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운영됩니다.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세요.
|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12-13(04625)
ⓒ The Korea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ll Rights Reserved.
|
|
|